1999년11월25일19시03분 등록 [기업] 기업들 자린고비 작전 기업들이 지독한 구두쇠가 됐다. 올해 수출과 내수 양쪽에서 떼돈을 벌어들이고서도 외환위기 이후 졸라맨 허리띠를 좀체 풀지 않는다. 이제부터 공격경영을 하겠노라고 선언한 기업조차 집안살림에서는 한푼을 아쉬워한다. 돈을 들일 곳은 과감히 들이겠지만, 줄일 곳은 확실히 줄이겠다는 식이다.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2천억원의 경상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은 새해에도 지난해 줄인 경비를 그대로 안고 갈 계획이다. 외환위기 이후 폐지한 학원비 보조와 절반으로 줄인 학자금 보조도 당분간 유지할 작정이다. 한 임원은 “물에 빠져 죽기 직전에 간신히 뭍으로 기어나온 상태다. 아직도 옷에서는 물기가 줄줄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주)도 내년에 직원들의 임금을 넉넉하게 올려줄 기미가 별로 없다. 올해 경상이익이 지난해의 170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4천억원에 이를 전망인데다 지난해 명예퇴직을 실시해 인력을 많이 줄였는데도, 아직은 인건비를 늘릴 때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돈 좀 벌었다고 흥청대다 구제금융 사태로 고생을 치렀는데,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올해 2조5천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경상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엘지전자도 살림살이 씀씀이는 짜다. 엘지전자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그동안 책자형태로 만들어 나눠주던 직원 전화번호부까지 사내통신망으로 대체했다. 주간, 월간, 격월간으로 3종류를 내던 사보도 주간지 하나만 남기고 모두 없앴다. 최근 공격경영을 선언한 코오롱도 마찬가지다. 올해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무려 5배나 증가한 1120억원에 이를 전망이지만, 직원용 수첩조차 만들지 않는다. 임원들에게 50~100부씩 안겨주던 연하장도 사라졌다. 특히 코오롱상사는 지난 9월부터 접대비를 1명당 2만원으로 한정했다. 한 임원은 “우리의 목표는 듀폰 같은 초우량 화학섬유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샴페인 마개를 따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4천억원 안팎의 당기순이익을 낼 전망이지만, 정몽구 회장에게 올라가는 보고서는 지금도 이면지를 쓴다. 공장의 생산라인이 가동하지 않을 때는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꼭 스위치를 내리도록 닥달한다. 지난해 연봉제로 전환하면서 임금이 20~30% 정도 깎인 과장급 이상은 아직까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세전 순이익이 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림산업도 허리띠를 풀지 않고 있다. 대림산업은 한때 2만~3만부씩 찍던 달력을 올해는 지난해처럼 8천부만 찍기로 했다. 지난해 회사 수첩을 속지만 갈아끼우면 계속 쓸 수 있는 바인더식으로 바꿔 수첩도 새로 만들지 않는다. 사보도 지난해 이후 인터넷 홈페이지로 대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