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몰라도 인터넷주소 찿는다
[허진석] 인터넷이 국내에 도입된 후 사용자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 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영어를 쓸 줄 아는 사람과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늘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할려면 여전히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하고 복잡한 인터 넷 주소체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사용이 대중화될 수 있도록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회사명이나 기관명을 입력하면 그 곳 웹사이트로 바로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서울창업보육센터에 있는 ＩＢＩ(대표 이판정)는 제3세대 주소체계라고 불리는 자국어를 이용한 인터넷 주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ＩＢＩ는 `넷피아'라는 소형 브라우저를 개발해 한글만으로 인터넷 항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730킬로바이트에 불과한 이 프로그램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기만 하면 `기상청' `청와대' 등 을 직접 찾아갈 수 있다.
넷피아의 소형 입력창을 이용해도 되지만 원래 있던 넷스케이프나 익 스플로러의 입력창에 한글을 입력해도 웹사이트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는 원래 쓰던 화면에 다른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고서도 한글 주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초기에는 숫자로만 구성돼 있는 1세대 주 소, `ＩＰ어드레스'가 주로 쓰였다. 그 뒤 좀 더 쉽게 사용하기 위해 영어를 축약해서 만든 2세대 주소, `도메인 네임'이 쓰였다.
한글을 이용한 주소시스템이 얼마나 편리한 지 매일경제 웹사이트를 살펴보자. 만약 1세대 주소를 이용한다면 사용자들은 ＩＰ주소인 164.124.123.155를 입력해야 한다.
2세대 주소인 도메인 네임을 사용하더라도 www.mk.co.kr을 입력해 야 한다. 인터넷 사용 경험이 많은 사람은 한번 방문해 보면 외울 수 있겠지만 초보자들에겐 이것도 쉬운 주소가 아니다.
그런데 한글 주소를 이용하면 `매일경제'라고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자신이 방문하고 싶은 곳의 주소가 바로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회사 명인 것이다.
ＩＢＩ가 제공하고 있는 한글 주소 서비스는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 람들도 인터넷의 세계로 끌어 들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것으로 보 인다.
이미 한글로 구축된 사이트가 `항해'를 할만큼 충분히 많아졌기 때문 에 인터넷 주소만 한글이면 한글만으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것 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인터넷 한글 주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이 급증하고 있다.
ＩＢＩ는 최근 넷피아 프로그램을 무료배포하고 한글 주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부 사이트를 늘려 고정사용자가 3월에는 하루평균 10만명, 5월에는 30만명, 6월에는 50만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자국어를 이용해 인터넷 항해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과 일본 사람들이 자국어를 이용해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시스템을 한국의 ＩＢＩ가 국내 에 컴퓨터를 두고 서비스 하고 있는 것이다.
ＩＢＩ는 97년 7월에 설립됐다. 이 사장은 한국의 도메인 네임을 선 정하는 위원회에서 일을 하다가 인터넷 한글 주소를 생각하게 됐다.
1세대보다 간편하다는 2세대 주소 도메인 네임으로 전국의 초·중· 고등학교와 교육공공기관의 주소를 지정하다 보니 숫자보다 더 복잡해 지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때부터 한글 주소와 기존 인터넷 주소를 연결시켜 주는 데이터베이 스를 구축하고 관련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했다.
이판정 사장은 "야후 등의 검색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그 만큼 인터넷 주소가 복잡하고 외우기 힘들다는 것의 반증"이라며 "앞 으로 자연스럽게 자국어를 이용해 웹사이트를 찾을 수 있게 되면 단순 히 웹사이트를 찾기 위해 검색서비스를 이용하는 횟수는 줄어들 것"이 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한글 주소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어렸웠던 점에 대해 "사업 시작 초기 어느 기업이나 자금이 빠듯할텐데 이런 상황에서 3000만원 이라는 특허 출원 비용을 외국과 달리 일시에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한글 주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늘어나면 일반어를 이용한 검색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웹사이트 주소뿐만 아니라 `서점' `신문사' 등의 일반어를 입력하면 주요사이트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으로부터 등록비용을 받아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인터넷 보급 초기에 ＩＢＩ는 국내 기업의 도메인 이름을 지키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인터넷이 보급되는 시기에 도메인 네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기 업에 도메인 네임을 확보하라는 충고를 하기도 하고, ＩＢＩ의 자금으 로 미리 여러 기업의 주소를 확보하고 나중에 실비만을 받거나 무료로 인터넷 주소를 제공했다.
한일은행 성미전자 한전정보네트워크 금강제화 등의 주소가 이런 방식 으로 각 사에 제공됐다. 최근에는 음란물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음 란물 사이트 목록을 모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ＩＢＩ는 넷피아를 특정 기업의 웹사이트 하부메뉴까지 직접 접속할 수 있도록 최적화해 무료로 각 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기업은 자사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에 걸리는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사장은 앞으로 인터넷 주소가 모두 한글로 바뀌어 남녀노소 누구 나 손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다.
*인터넷 한글주소를 사용하는 방법
넷피아를 이용해 인터넷에서 한글을 이용해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방 법은 크게 2가지 정도로 나뉜다. 첫번째는 넷피아 브라우저를 내려받 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해 놓고 사용하는 것이다.
넷피아 전용의 소형 입력창에 한글을 입력하거나 자신이 사용하는 넷 스케이프나 익스플로러 입력창에 직접 한글을 입력함으로써 한글로 직 접 웹사이트를 찾아갈 수 있다.
두번째는 넷피아의 홈페이지(www.netpia.com)를 방문해서 그 곳에 있는 인터넷 한글 주소 입력창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역시 한글을 입 력하면 곧바로 그곳으로 연결된다. 넷피아 홈페이지 외에도 여러 회사 들이 ＩＢＩ와 제휴를 맺고 자사의 웹사이트에서 인터넷 한글주소 서 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