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7월 25일 15:12
[IR52 장영실상] LG전선 155Mbps 광송수신 모듈
[이봉원] ●개발 의의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 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 구축계획'에 따라 정보통신망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바로 광통신망이다.
우리나라도 80년대 초 광섬유를 국산화한 데 이어 광전송시스템을 지 속적으로 개발하여 최근에는 10~100Gbps 전송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광전송시스템의 핵심을 이루는 광송수신 모듈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상품화한 국산 제품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 존해 왔다.
국내 최초로 광섬유와 광케이블을 개발, 국내에 공급한 LG전선은 광 통신 사업의 본격적인 진출을 위해 초고속정보통신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핵심 부품인 155Mbps 광송·수신 모듈을 우선 개발하고 이 를 바탕으로 점차 622Mbps, 2.5Gbps 등의 상위 제품을 국산화할 계획 을 수립했다.
94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 4년 만인 97년 7월, 155Mbps 송신모듈 과 수신모듈 4종을 국산화하여 전송장비 업체에 샘플을 배포하고 인증 시험에 들어갔다. 그러나 통신 부품 특성상 신뢰성 및 안정성의 문제, 국내 전송장비 업체들의 뿌리깊은 수입품 선호 경향, 그리고 국산 제 품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1년 3개월이 지난 98년 하반기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
LG전선의 광통신용 송신모듈과 수신모듈을 전송장비에 공급한 것이 전송시스템에 본격적인 국산 부품을 사용하기 시작한 계기가 된 것이 다.
●기술경제적 파급 효과 LG전선이 국산화한 초고속정보통신용 송수신 모듈은 국제전기통신 연합(ITU)에서 정한 동기식 디지털 광전송 계위(SDH : Synchronous Digital Hierarchy)에 따라 국제적으로 공통된 규격(SDH의 STM_1, SONET의 OC_3)을 만족시키는 제품이다.
기능적으로는 음성, 영상, 데이터 등의 디지털화한 전기적 신호를 광 신호로 전환하여 155Mbps의 전송 속도로 송출해주는 송신모듈(트랜스 미터)과 광섬유를 통해 전송된 광신호를 수신하 여 원래의 디지털화 한 전기적 신호로 재생하는 수신모듈(리시버)이 있다.
따라서 SDH나 SONET을 채택한 모든 광전송 장비에서 155Mbps로 광신호를 전송하는 데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주로 SMOT_1(155Mbps 광전송장비), FLC(Fiber Loop Carrier) 등에 사용되며 SMOT_4(622Mbps), SMOT_16(2.5Gbps) 등의 광전송 장비의 트리뷰 터리 라인(종속망), 그리고 ATM(비동기식) 광전송 교환장비에도 사용 된다.
지난해 155Mbps~10Gbps급 모듈의 세계시장규모는 2000만달러로 이 가운데 155Mbps모듈은 28%인 550만달러에 이르며 올해는 2600만달러 중 26%인 68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경쟁 제품과의 비교 155Mbps 광송·수신 모듈은 LG전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상 용화한 제품이다. 또 ITU에서 정한 동기식 광통신시스템에 대한 국제 규격(ITU_TG957,958)을 모두 만족시키는 세계적으로 표준화한 기능을 가진 제품으로 현재 국내 전송장비 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는 외국산 모 듈과 완전한 호환성을 지녀 즉시 대체가 가능하다.
이 모듈은 이와 함께 국내 생산이 전무한 상태에서 통신용 광소자류 및 관련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화함으로써 통신 용 광소자류의 기술적 자립 기반을 구축했다.
특히 외국산 제품에 비해 기능과 성능은 동일하거나 우수한 수준을 유 지하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높은 경쟁 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LG전선은 광모듈 중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155Mbps 광송신모듈 (트랜스미터 Short Haul용과 Long Haul용) 2종, 광수신모듈(리시버 2R용과 3R용) 2종 등 모두 4종을 독자 기술로 개발함으로써 외국 업 체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단기간 납기를 실현할 수 있게 돼 관련 부품기술은 물론 전송장비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수상 소감 "큰 상을 받은 것도 영광이지만 오랜 기간 투자하고 묵묵히 기다려준 회사에 감사하고 싶을 뿐입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가치를 창출해내 고 돈을 벌어들이는 것인데 그렇게 오랫동안 참고 지켜봐주는 회사는 많지 않거든요."
155Mbps 광통신용 송수신 모듈을 최초로 국산화한 개발 주역인 박인 식 박사의 감회는 남다르다.
보통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투자비는 얼마며 상품화하 는 데 걸리는 기간, 그리고 수익은 내는 것 등을 꼼꼼히 따지는데 계 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성급하게 연구개발을 중단하거나 다른 프로젝 트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LG전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매출은 커녕 언제 성공할 지 기약할 수 없는 프로젝트에 연구원들을 믿고 성공에 대한 확신을 불어 넣어준 것이다.
기업에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데 4년이란 시간은 짧은 기간이 아 니다. 나날이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는 정보통 신 분야에서는 특히 그렇다.
장비를 포함한 정보통신 분야의 부품 국산화율이 낮은 것도 빠르게 변 화하는 시장을 좇아가다보니 성급하게 연구개발을 포기하고 이미 개발 된 선진국의 수입품을 쓰는 손쉬운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개발 기간 내내 가슴 졸이며 프로젝트에 임 했는데 개발을 끝내고 내가, 그리고 우리 팀이 개발한 신제품 개발에 대한 소식이 신문에 실렸을 때는 만나는 사람 누구라도 붙들고 자랑하 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레이저 용접을 담당했던 노용정 연구원은 아직도 그 때의 감격이 가 시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같이 고생한 연구원들이 또 많이 있는데 이번 수상에 참가하지 못해 아쉽고 그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며 공을 동료들에게 돌리는 따뜻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광통신용 송수신 모듈은 개발이 끝이 아니었다. 상품은 개발 됐지만 이 제품을 생산할 조직도 없고 영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 또한 물론 없었다. 그래서 연구원들이 직접 전송장비 업체의 연구원들 과 생산담당 부서를 찾아 다니며 제품을 설명하고 세미나도 개최했다.
샘플도 제공하고 필드테스트도 의뢰하면서 LG전선이 국산화한 제품 의 우수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전량 수입품만을 사용하던 업체로서는 통신부품의 특성상 조금의 불량도 있 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모험을 하려 들지 않았 다.
"외국산 제품을 능가하는 안정성과 신뢰도를 입증하는 데이터를 제공 해도 `국산'이라는 이유 때문에 채택할 수 없다는 업체 담당자들이 그 렇게 야속할 수 없었다"고 정낙진 전임연구원은 회고한다.
그러다 지난해 5월, LG전선이 개발한 송수신 모듈이 국산신기술(K T) 인증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송장비를 제조하는 업체에서 필드테스트를 한 번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고 그 업체로부터 첫 수주 를 받게 됐다.
"제품을 개발한 지 1년3개월 만이었습니다. 기업에서 연구개발을 하 는 궁극적인 목적이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 게 깨달았습니다."
HIC 회로설계와 특성 평가를 담당했던 엄만용 선임연구원의 말이 다. 광통신 기술은 21세기에 유망한 기술의 하나로 꼽힌다. 박인식 부 소장은 "신나는 광통신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LG전선을 그려보면 상상만으로도 용기가 솟구치며 이건 작 은 성공이며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통신 기기들의 컨텐츠 중 국산 부품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되는지를 생각하면 연구원으로서 부끄럽기도 하나 더욱 할 일이 많다 는 점이 존재의의를 느낀다"고 말해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미래를 밝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